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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며칠 집에 다니러 온 삼촌이 앉은자리에서 예닐곱 개씩 다 먹어치워 버렸다. 그날 저녁 엄마는 대문 밖으로 쫓겨났다. 그걸 두었다가 네 옷이나 만들어주는 건데.. 대학생 삼촌이 토요일 저녁에 집으로 오면 엄마는 한밤에 빨래를 했다... 김수영(시인) 비― 비―.. 한때 배우였던 고모는 서울에서 앙드레 김 의상실에 다녔다." 줄기찬 밤빗소리 속으로 까마득히 멀어져갔다가 가까워지고, 날씨가 궂으면 그렇게 젖은 몸을 쉴 의지를 찾아 빗속을 울며 헤매다닌다는 것이었다..zip 사회윤리 읽을거리 사회윤리 읽을거리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그나마 엄마가 거울을 보기 시작한 것은 마흔을 훌쩍 넘겨 흰머리가 나면서부터다." 어머니는 그게 빗새가 우는 소리라 말했었다. 조그만 나무 거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족집게로 흰머리를 뽑기 위해서였다.. 고기 많이 먹고 삼촌보다 공부 더 잘하고 아빠보다 공부 더 많이 해서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콤플렉스도 엄마의 행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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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윤리 읽을거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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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윤리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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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색 블라우스>

 

엄마는 결혼반지를 몇 번 끼어보지도 못하고 삼촌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팔았다. 엄마가 결혼할 때 가지고 온 독일산 비로드는 할머니가 고모에게 주어버렸다. 집에만 있는 촌여자에게는 소용에 닿지 않는다고. 그 외에도 고급 모직 같은 분에 넘치는 새색시의 옷감들 역시 모두 고모에게 가버렸다. 한때 배우였던 고모는 서울에서 앙드레 김 의상실에 다녔다. 시골 여자의 옷감을 넘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걸 입을 수 있었다. 할머니나 아버지는 전혀 몰랐겠지만 쉰이 넘어서도 엄마는 그 비로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옷장을 뒤지다 헝겊조각이 보일 때면 옷을 만들어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다음에 더 좋은 것으로 해줄게”라면서 꼭 비로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그런 비로드는 없는데........ 그걸 두었다가 네 옷이나 만들어주는 건데........”라고. 긴 검정 치마에 흰 블라우스, 분홍색 스웨터를 10년 이상 외출복으로 입을 정도로 엄마는 치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엄마가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낼 때는 속에 무언가가 꽉 맺혀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시동생들이란 염치가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일 년 내내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며 스웨터를 짜 돈을 번다는 걸 알면서도 늘 당당하게 용돈을 요구했고, 냄새나는 커다란 옷 보따리를 거리낌 없이 만삭인 형수에게 안겼다. 대학생 삼촌이 토요일 저녁에 집으로 오면 엄마는 한밤에 빨래를 했다. 한여름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연탄 아궁이에 널어놓고 혹시나 태울까봐 밤새 지키곤 했다. 경북이 고향인 엄마는 사과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나를 임신했을 때조차 사과 한 알 마음 놓고 사먹지 못했다. 사과가 먹고 싶다는 엄마의 편지를 받은 친구가 며칠 뒤 붉은 홍옥 한 박스를 보냈다. 엄마는 눈으로 사과를 원 없이 보면서 한 알씩 아껴먹고 있었는데, 며칠 집에 다니러 온 삼촌이 앉은자리에서 예닐곱 개씩 다 먹어치워 버렸다.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면 아기 눈이 짝짝이가 된다고 여겼던 엄마는 나를 낳고는 눈부터 보았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10여 년 이상 한 덕에 세상 물정에 어둡지 않았고 상당한 멋쟁이였던 엄마는 결혼생활 10 년 만에 몸빼 바지의 아줌마로 전락했다. 아기를 업고 찍은 흑백 사진에는 맘보바지와 아가일 무늬 스웨터 대신 삼촌의 작은 옷, 아버지의 작은 옷을 고쳐 입은 엄마가 보인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참빗으로 단장하던 할머니와 달리 엄마는 딸린 새끼들을 키우는 10여년 동안 거울 한 번 제대로 볼 틈이 없었다. 그나마 엄마가 거울을 보기 시작한 것은 마흔을 훌쩍 넘겨 흰머리가 나면서부터다. 조그만 나무 거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족집게로 흰머리를 뽑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흰머리가 숭숭 난 할머니 몰골이 된다는 게 엄마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콤플렉스도 엄마의 행색이었다. 자모 모임 등으로 엄마가 학교에 오기 전날이면 “엄마 내일은 꼭 예쁘게 하고 와!”라며 밤새 단도리를 했다. 누구누구 엄마처럼 퍼머를 하고 빨간 블라우스를 입으라고 성화를 해대자 엄마는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딸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심사에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을 위해 돈 쓰고 살 수 있다는 걸 아버지에게 보여주자는 심사였는지는 모르지만 저녁 무렵 연지색 블라우스에 퍼머를 하고 나타났다. 엄마의 퍼머에 고조되었던 나와 달리, 아버지는 가정부인이 그게 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왜 나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느냐고 처음으로 말대꾸를 했다. 그날 저녁 엄마는 대문 밖으로 쫓겨났다. 그날 이후 엄마는 머리가 다 길 때까지 스카프를 쓰고 살았고 연지색 블라우스는 행방이 묘연해졌다.엄마가 자신의 희생이 부당하다고 항의한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엄마는 그 뒤로도 삼촌이 대학을 세 번이나 옮기고도 졸업장을 못 딸 때가지. 고모가 이혼하고 미국으로 날아갈 때까지 ‘가정부인’ 노릇을 했다. 대신 엄마는 자신에게 희생을 강요한 사람들보다 자식이 잘되어 보란 듯이 자랑하려는 계산을 했다. 내가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걸 알면서도 삼촌이 고기를 먹을 때 너도 같이 먹으라며 삼촌이 오기 전에 단단히 일렀다. 못 먹는다고 버티면 세상에 못 먹는 게 어디 있느냐며 눈을 딱 감고 삼키라고 했다. 고기 많이 먹고 삼촌보다 공부 더 잘하고 아빠보다 공부 더 많이 해서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마의 계산이 얼마나 맞았는지는 모르겠다. 똥 묻은 고쟁이를 팔아서라도 뒷바라지를 해준다는 엄마의 희생을 생각하면 나는 대통령이 되어도 모자란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김수영(시인)

 

비― 비―.

봄부터 가을녘까지 비가 오는 날에만 우는 새가 있었다.

뽀얀 여름 빗줄기의 장막 속에 파묻힌 마을 앞 밤나무 숲이나 가을 비에 젖고 있는 등너머 솔밭골 쪽을 때로는 아득하고 때로는 지척인 듯싶게 정처 없이 새 울음 소리가 떠돌곤 했다.

"빗새가 가엾게 찬비를 못 피해 저리 울고 다닌단다."

어머니는 그게 빗새가 우는 소리라 말했었다. 빗새는 원래 비가 와도 깃들일 둥지가 없는 새여서, 날씨가 궂으면 그렇게 젖은 몸을 쉴 의지를 찾아 빗속을 울며 헤매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빗새 소리만 떠도는 날이면 당신도 함께 그 이상한 근심기로 얼굴빛이 어둡게 흐려지곤 하였다.

비― 비―.

여름날 저녁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빗새는 여전히 그 차가운 빗속을 헤매다니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는데, 그런 날은 어머니도 밤잠을 못 자고 마루 밖 어둠 속으로 나와 앉아 무한정 그놈의 울음 소리를 지키고 있을 적이 허다했다.

"무슨 놈에 새짐승이 제 둥지 하나 못 지닐 팔잘 타고났던가……."

줄기찬 밤빗소리 속으로 까마득히 멀어져갔다가 가까워지고, 가까워졌다간 다시 또 아득히 멀어져가고 하는 그 구슬픈 빗새 소리 한 대목마다에 어머니의 그런 푸념과 한숨 소리가 번번이 뒤따랐다.

 

어머니가 그 텃밭 가 동백나무에 쏟아온 관심과 정성 역시도 그러니까 알고 보면 바로 그 빗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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