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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본질을 설명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선에는 선으로, 악에는 악’이라는 응보의 원리를 실정법에 적용시킴으로써 악행을 저지른 이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악행이 아닌 정당한 처치임을 증명하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응보의 원리는 단지 악한 행동에 대한 처벌이나 자유의 제한 등을 정당화하는 불법효과(不法效果)로서 실정법의 특정한 원리를 나타내고 있는 데 지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평등의 원리는 그 자체로서 평등의 절대적인 기준과 정의를 제시할 수 없으며, 응보의 원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선과 악의 옳고 그름 보다는 이미 사회질서 속에서 전제되어 있는 선과 악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것은 역시 무내용한 정식이다. 또한 법질서가 응보의 원리를 기초로 하여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법질서의 정당함을 논할 때 가장 첫째로 생각되어야 하는 것은 그 법질서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의 문제다. 하지만 선과 악에 대한 견해는 민족과 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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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자료실 사학과 - 사회와 정의 자료실 정의란 무엇인가

[사회과학] [사학과 - 사회와 정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Hans Kelsen 著

김영수 譯

사회와 정의

정의(正義)의 개념은 과연 이성적으로 정의(定義)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정의(定義)내려진 정의(正義)의 개념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희랍의 칠현이라 불리는 어떠한 철학자는 “정의란 바로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다시 말해 그의 주장에는 정의(正義)의 구체적인 정의(定義)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각자에게 그의 것’이라는 주장은 ‘그의 것’이 무엇인지가 전제되어 있는 경우에서 성립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것’이라는 것은 관습이나 입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현실의 도덕질서나 법질서라고 하는 사회질서에 의해서 비로소 결정된다. 즉 각자 다른 사회에서는 그 사회질서와 법질서에 따른 각자 다른 ‘그의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회질서에서든 그 사회질서에서 규정하는 ‘그의 것’을 각자에게 알맞게 준다면 어떠한 사회질서라도 정당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그의 것’을 ‘각자의 실력에 의해 얻은 것’,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의 ‘그의 것’을 ‘공동의 노동을 통해 얻게 된 것’이라고 한다면 각 사회에서의 ‘그의 것’의 의미는 상위(相違)하다. 하지만 두 사회질서는 모두 각자에게 각 사회질서에 따른 올바른 ‘그의 것’을 주었기 때문에 희랍철학의 주장에 의해서 정당하고 옳은 사회가 된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분명 어느 사회에서나 인정되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게 된 셈이 된다. 그러나 결국 그의 주장은 오직 어떠한 도덕질서나 법질서가 보장되는 사회 속에서의 상대적 정의만을 설명할 수 있다. ‘각자에게 그의 것’이라는 그의 주장 자체가 ‘그의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전제되어있는 규정된 사회질서나 법질서에 의해 변하는 상대적인 의미임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주장으로는 ‘그의 것’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다시 말해 구체적인 질서가 구현되는 범위 내에서의 정의만 보장되며 어떠한 사회질서나 법질서에 구속받지 않는 절대적인 정의(正義)에 대한 절대적인 정의(定義)는 담겨 있지 않다.

한편, 정의의 본질을 설명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선에는 선으로, 악에는 악으로’라고 하는 ‘응보의 원리’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정의(定義)가 내려져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 하지만 선과 악에 대한 견해는 민족과 문화, 그리고 시대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응보의 원리는 그 자체로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진 못한다. 응보의 원리는 단지 악한 행동에 대한 처벌이나 자유의 제한 등을 정당화하는 불법효과(不法效果)로서 실정법의 특정한 원리를 나타내고 있는 데 지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선에는 선, 악에는 악’이라는 응보의 원리를 실정법에 적용시킴으로써 악행을 저지른 이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악행이 아닌 정당한 처치임을 증명하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추상적 이념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응보의 원리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용되는 정의론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효과로서 적용되는 응보의 원리는 법질서의 옳고 그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미 전제되어있는 사회질서의 정당함을 해당하는 법질서가 지키고 있는가를 그 정당함의 기준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희랍철학의 주장과 유사하게 사회 속에서 적용되는 법질서가 응보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기만 한다면 그 법질서는 정당한 것이며 정의를 실현하는 법질서로 인정된다. 이는 즉, 응보의 원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선과 악의 옳고 그름 보다는 이미 사회질서 속에서 전제되어 있는 선과 악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것은 역시 무내용한 정식이다. 또한 법질서가 응보의 원리를 기초로 하여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법질서의 정당함을 논할 때 가장 첫째로 생각되어야 하는 것은 그 법질서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의 문제다. 그러나 응보의 원리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응보의 원리는 다만 법질서가 구현하는 법이 이미 정해져있는 사회질서에 얼마나 합당한가에만 관여 할 뿐이다.

응보의 원리가 같은 것에 같은 것으로 갚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응보의 원리가 평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등의 원리는 오랜 시간동안에 걸쳐 정의의 본질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그런데 평등을 논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논해지는 인간의 평등을 말하자면 어떠한 인간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즉 인간이 실제로 평등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등의 원리는 다만 사회질서 속에서 개인이 겪고 있는 현실의 상위(相違)를 참작하는 것을 제한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현실의 상위(相違)를 참작하는가 하는 문제는 또다시 어떠한 범위나 한계까지 참작할 것인가, 혹은 참작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실의 법질서는 저마다 다른 답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평등의 기준이 각 사회마다 다르다면 평등은 평등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군복무의 문제, 정치참여권의 문제, 세금의 문제 등에 있어서 각 사회마다 그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현실사회에서 평등이라고 주장되어지는 요소들이 절대적인 평등을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논할 때 평등의 원리를 통해서는 평등이란 무엇인가 하는 핵심적인 문제에 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등의 원리는 그 자체로서 평등의 절대적인 기준과 정의를 제시할 수 없으며, 따라서 평등의 원리는 결국 다양한 차별을 하는 데 있어서 평등이라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틀이 된다. 예를 들어 남녀평등의 문제를 논할 때 과연 남녀평등을 신체적 평등에 준하여 적용해야 하는가, 혹은 신체적인 문제를 뛰어 넘는 사상적인 평등에 준하여 접근해야 하는지 평등의 원리 자체에서는 그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평등의 원리를 논할 때 사회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