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도 그저 견딘다는 점, 또한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산업화의 그늘에서 자신도 모르게 인간성을, 벌레가 나오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며, 어떤 묘한 정서와 그 정서에 대한 짙은 향수에 곧바로 빠지게 되지요. 영화는 두메산골에서 평생을 살아온 77세 할머니 집에, 곧 삼포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삼포가, 떠돌이 막노동자,다시 말해, 즉 고향은 인간소외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고, 상우에게 가정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스팸과 TV, 두 달 동안만 아이를 맡기려는 엄마 손에 이끌려 7살 난 외손자 상우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인간은 자신의 ‘어떠어떠함’이 아니가 ‘있음’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과 그것이 주는 안식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되며,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의 와중에 고향을 떠나 소외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지요. 헌데 소설 〈삼포 가는 길〉에서 그 일은 삼포에, 아니면 ......
소설삼포가는 길과 영화집으로에 서의 가정의의 미 - 소설 삼포 가는 길과 영화 집으로에서의 가정의 의미
소설삼포가는 길과 영화집으로에 서의 가정의의 미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소설 삼포 가는 길과 영화 집으로에서의 가정의 의미
1973년 《신동아》에 발표된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1960년,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의 와중에 고향을 떠나 소외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지요. 떠돌이 노동자 영달은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먹고 달아날 기회만 엿보다가 급히 도망을 칩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들판에서 우연히 삼포로 귀향하는 정씨를 만나지요. 뚜렷이 갈 곳이 없는 영달은 출옥을 해서 고향으로 가는 정씨와 동행하게 되고, 둘이 들른 주점에서 빚을 지고 그날 새벽에 도망친 백화라는 작부에 대해 듣게 됩니다. 주점 주인이 백화를 잡아다 주면 만 원을 주겠다고 하지요. 주점을 나선 두 사람은 역으로 향하는 눈길을 가다가 백화를 만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또한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지요. 이야기 곳곳에 드러난 것처럼 그들은 본래 따뜻하고 순결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산업화의 그늘에서 자신도 모르게 인간성을, 그리고 자신의 본성을 상실하고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흉측한 곤충처럼, 전과자, 떠돌이 막노동자, 술집 작부로 변한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향을 찾아갑니다. 다시 자신의 본성을 찾고 인간으로 돌아가려 하는 거지요. 따라서 이 소설에서 삼포는, 즉 고향은 인간소외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고, 삼포로 가는 길, 고향으로 가는 길은 인간성과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는 길을 뜻합니다.
헌데 소설 〈삼포 가는 길〉에서 그 일은 삼포에, 또는 고향에 도달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일은 오히려 그들 사이에 생겨난 ‘가족적’ 유대감으로부터 이루어지지요. 그렇다면 삼포가, 고향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발이 삔 백화를 업어준 영달의 등에, 자기 몫에서 절반을 떼어 내민 백화의 시루떡에 인간소외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길, 곧 삼포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겁니다. 작가는 소설의 말미에서 삼포가 개발되어 공사판으로 변했다는 말을 듣고 기차에 오르지 않는 정씨를 통해 그것을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확인시켜주지요.
같은 이야기를 우리는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집으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두메산골에서 평생을 살아온 77세 할머니 집에, 두 달 동안만 아이를 맡기려는 엄마 손에 이끌려 7살 난 외손자 상우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오두막, 벌레가 나오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며,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진 허리와 추레한 외모, 떨어진 고무신마저 기워 신는 데다 말조차 못하는 외할머니에 대해 서울에서 온 상우는 처음부터 업신여김을 전혀 감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상우의 어떠어떠함을 전혀 탓하지 않는다는 점, 그 어떤 것도 그저 견딘다는 점, 그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점, 바로 이러한 점에서 관객들은 윤리적 잣대는 들이댈 짬도 없이, 어떤 묘한 정서와 그 정서에 대한 짙은 향수에 곧바로 빠지게 되지요. 인간은 자신의 ‘어떠어떠함’이 아니가 ‘있음’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과 그것이 주는 안식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되며, 그럼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차츰 영화는 상우의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두 달 후 상우와 엄마를 실은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서울을 향해 떠나고, 할머니는 다시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고 산길을 올라 돌아가며 영화 〈집으로〉는 막을 내리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물음 하나를 던질 수 있습니다. 곧 이정향 감독이 작품 제목을 〈집으로〉라고 했을 때, 그 ‘집’이 상우가 돌아가는 서울집일까, 아니면 할머니가 사는 두메산골 집일까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상우에게 가정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 스팸과 TV, 전자오락기 그리고 롤러블레이드가 있는 서울집에 있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사랑과 안식이 존재하는 공간, 그래서 상우가 ‘미안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배우는 장소, 곧 할머니의 집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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